‘주일인가, 안식일인가?’ ‘영혼의 불멸인가, 죽은 자의 부활인가?’ 주제로

[현장] 비평과 논단, 제17차 신학 공개포럼 개최

한국목회자연구원과 기독교역사문화포럼, 기독교리서치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제17차 비평과 논단 신학포럼’이 이달 12일 서울 대방동 공군회관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지난 4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재평가 연구포럼’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로 마련한 이날 포럼에는 전국 각 교회와 지역에서 약 400명의 방청객이 참석해 관심을 나타냈다.

<비평과 논단> 대표 김경직 박사의 사회로 진행한 이날 행사에서 발제자로 초청된 김일목 박사(삼육대 신학과)와 남대극 박사(삼육대 명예교수)는 각각 ‘주일인가, 안식일인가?’ ‘영혼의 불멸인가, 죽은 자의 부활인가?’란 제목으로 연구주제를 발표했다. 또 삼육대 총장 김상래 박사가 토론자로 단에 올라 재림교회의 신학이론을 변증했다.

개신교 측에서는 안춘근 박사(전 나사렛신학대학원장), 홍성표 박사(국제복음주의신학회 공동회장 / 예일대학원 교수), 김향주 박사(대한신학대학원 석좌교수), 유흥옥 박사(전 성결교 신학대학원장 / 예성 이대위위원장) 등이 패널로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한 포럼은 재림교회 신학자들이 연구주제를 발표하면, 초청 패널들이 이에 대해 반론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김일목 박사는 ▲체험적 이해(창조의 기념일, 구속의 기념일, 회복의 기념일) ▲변증적 이해 ▲종말론적 이해 등 안식일에 대한 신학적 이해를 세 가지 관점에서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제칠일 안식일은 창조와 구속에만 관련되는 날이 아니고, 하나님의 심판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통한 최종적 회복과도 관련되어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재림교회의 안식일 신학에 중요성과 긴박성을 제공한 것은 임박한 예수 재림에 대한 신앙이었다. 재림교회의 정체성과 사명으로 이해하고 있는 성경본문인 요한계시록 14:9~12에 나오는 세 천사의 메시지와 안식일 관계를 재림신앙과 안식일 신앙은 더욱 강화되었다. 재림교회는 안식일이야말로 예수 재림에 앞서 선포돼야 할 마지막 메시지이며, 하나님께 대한 충성을 시험하는 마지막 잣대”라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그리스도의 재림과 안식일은 재림교회 신학에서 불가분리의 관계로 묶여 있다. 이들은 서로 의존되어 있는 공생의 합일 관계다. 영원한 복음(계 14:6)과 임박한 하나님의 심판(계 14:7)의 구도 안에서 형성된 재림과 안식일의 합일 관계는 ‘재림교회 신학의 구조적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대해 김향주 박사는 “안식일의 개념이 중요한 것이지, 그 날짜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며 “성경은 그리스도께서 의문에 속한 계명의 율법을 자기 육체로 폐하셨다(엡 2:15)라고 언급했다. 또한 ‘전엣 계명이 연약하여 무익하므로 폐하고 (율법은 아무것도 온전케 못할찌라) 이에 더 좋은 소망이 생기니 이것으로 우리가 하나님께 가까이 가느니라(히 7:18~19)’라고 했다. 절기나 월삭처럼 안식일은 신약시대에 와선 폐기된 개념이다. 의문의 율법이 폐해지지 않았다면 성경의 통일성이 무너지고 만다. 기독교는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안식 후 첫날 즉, ‘더 좋은 소망’을 전하는 주일을 예배일로 정한 것”이라고 반론을 폈다.

홍승표 박사는 “안식일을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하며 “성경은 해석과 이해의 문제다. 현재 재림교회의 안식일에 대한 주장은 다소 추상적이다. 우리의 삶에서 동떨어져 있다. 복음은 율법에 매이는 것이 아니라 율법을 완성하신 예수님께 속한 것이다. 안식일의 의미는 구원과 회복 그리고 치유에 있다. 삶의 현장에서 안식일에 대한 의미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토론자로 마이크를 잡은 김상래 박사는 ‘율법의 완전과 성화의 의미 해석’ ‘골로새서 말씀의 그릇된 인용을 비롯한 안식일에 대한 현대 개신교의 오해’ ‘재림교회의 죽음에 대한 관점’ 등 제기된 문제들에 명쾌하게 답하며, 안식일 준수의 타당성과 현대 기독교의 변질역사를 성경에 근거해 되짚었다.

김상래 박사는 “안식일 준수의 이유는 창조와 구원의 기념”이라면서 “안식일이라도 예수가 없다면 의미가 없다. 개념이 중요하지 날짜가 상관없다고 한다면 일요일이 아니라도 상관없는 것이란 주장도 가능하다. 많은 이들이 안식일을 안 지키면 구원 못 받느냐고 물어보는데 안식일을 지킴으로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구원받은 증표로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대극 박사는 히브리어와 헬라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존재의 구성’ ‘영혼불멸과 조건적 불멸’ ‘사후상태에 대한 오해’ ‘부활의 목적과 종류’ 등 성경이 말하는 죽음에 대해 조명했다. 이날 남 박사의 발표는 사람이 죽으면 육신은 땅(흙)으로 돌아가고, 영혼은 하나님께로부터 온 ‘생령(페네쉬)’이므로 하나님께로 다시 돌아간다는 기독교의 뿌리 깊은 영혼불멸사상을 정면 반박한 것이어서 교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인간의 죽음은 잠과 같고, 그 후의 상태는 모든 의식과 감각, 활동이 중단된 상태라고 하는 성경의 가르침이 분명하고 확실한데도 그리스도교의 교리 역사에 영혼불멸설이 매우 광범위하고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은 초기 그리스도교에 들어온 헬라 철학의 이원론과 몇몇 성경구절(마 10:28 / 눅 16:19~31 / 눅 23:43)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사람의 사후에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고, 불멸의 본질을 가진 영혼은 하나님께로 돌아가 있다가 부활 때에 육체와 만나 영원한 생명에 들어간다는 영혼불멸설은 성경이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남 박사는 “성경은 분명한 음조로 죽음은 잠과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지금 죽어 있는 사람과 앞으로 죽을 사람들은 예외 없이 부활을 경험할 것인데, 의인은 ‘첫째 부활’인 ‘생명의 부활’에 참여하여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고, 악인들은 그로부터 1000년이 지난 후 ‘둘째 부활’인 ‘심판/정죄의 부활’에 참여하여 영원한 멸망을 당할 것이라고 오해할 여지없이 확실하게 선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춘근 박사는 “성경이 죽음과 잠을 동일시한다고 했는데, 잠든 것은 깨어나는 것이지 부활이 아니다. 성경이 말하는 ‘잠잔다’는 말의 뜻을 달리 해석해야 한다. 인간의 죽음 이후 문제는 형이상학적 분야이므로 이 자리에서 결론지을 수 없다. 각 교파의 교리적 전통을 중요시해야한다. 성경은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에 관해 불가피하게 표현한 것이다. 루터의 경우 성경을 문자적인 해석하는데 치우쳤다. 루터의 문자적 성경해석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성경을 해석할 때는 시적인 내용을 직설적, 교리적으로 보면 오해가 생긴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에 남대극 박사는 “죽음을 잠이라 한 것은 죽음과 잠이 똑같다는 게 아니라 많은 특성을 공유하기에 비유한 것이다. 부활한다는 것은 깨어난다는 것이다. 잠의 특성도 깨어날 때가 있다는 데 있다. 또한 구약에 시적인 표현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들을 그저 시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재림교회도 모든 걸 문자적으로 해석하지는 않는다. 성경에서 ‘만일 네 손이 범죄케 하면 그 손을 잘라버리라’고 했다고 해서 그것을 그대로 믿는 건 아니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림교회는 성경에서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메시지가 무엇이냐에 대해 고민한다. 말씀이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 메시지를 우리 삶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떻게 지키느냐 만큼 예수님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한다. 영혼불멸설과 영혼멸절설에 관한 것은 구원의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이기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공개포럼은 <기독교시민연대> 등 교계 매체에 인터넷으로 생중계됐으며, <교회연합신문> 등 주요 언론에 보도됐다. 주최 측은 개회에 앞서 “이 자리는 교리논쟁이 아닌, 신학토론이다. 때문에 발표하는 분들의 발언이 교단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학자로서 하나님 앞에 양심을 갖고 토론하는 것”이라고 취지와 성격을 규정했다.

‘비평과 논단’은 내년 2월을 전후해 이 같은 공개 신학포럼을 한 차례 더 개최할 예정이다.

 

2015-11-25 14:43:33